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 영 조
어느새 결실의 계절 가을이 찾아왔다. 동시에 10월은 문화의 달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예전엔 1, 2차 산업이 주였지만 현대는 문화로 살아가는 세상이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야 뭘 하든 상관이 없지만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가난한 나라는 문화밖에 살길이 없다. 마찬가지로 내가 살고 있는 동대문구 역시 내세울 만한 산업이 없다. 도심 한가운데라서 공장도 없고 서비스 산업도 내세울 것이 없다. 그렇다면, 동대문구는 무엇을 내세우며 살아야 하는가?
종로구처럼 반듯한 문화재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돌아보면 동대문구 나름의 기념비적인 문화재가 자리하고 있다. 임금이 친히 농사의 신께 제사 지내던 제기동의 선농단이 있고, 대한제국 고종의 후궁인 순헌황귀비 엄씨의 무덤인 영휘원(永徽園)이 있으며 경내에는 의민 황태자 아들인 이진의 무덤 숭인원(崇仁園)이 있다. 또한, 도심 속의 허파격인 홍릉수목원이 있고 세종대왕을 기리는 공간인 기념관도 있다.
몇 년 전 일부 정치권이 세종대왕기념관을 쫓아내려고 시도한 적이 있는데, 이는 정말 어이없는 일이었다. 큰 임금 세종을 기리는 기념관은 서로 못 만들어서 야단인데 기존에 있는 문화시설을 쫓아내려 해서 빈축을 샀던 적이 있다. 세종대왕기념관이 명실상부한 구실을 못한다면 동대문구가 발 벗고 나서서 기념관의 활성화를 꾀했어야 했다. 무관심하게 방치하고 나서 관리가 잘 안 되면 없애려고 하는 것은 문화시설에 대한 철학 부재로 밖에는 볼 수 없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위해 뛰어야 하는 것은 비단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오늘날은 지자체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전남 함평군이 그 좋은 예이다. “나비축제”로 널리 알려진 함평군은 나비 품목 하나로도 전 국민에게 각인되는 도시가 되지 않았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강원도 인제군의 한 군수 출마자는 “항일유적지”를 복원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동대문구는 그런 시설을 꾸밀 돈이 없는 가난한 지자체라고 변명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함평군과 인제군은 부자라서 그런 일을 벌이는 게 아니다. 지금 각 지자체에서 끊임없는 자기발전을 위한 노력은 지금 이 시간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애정 어린 자기 지역 사랑하기 마음만 있으면 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일이다.
다시 동대문구 이야기를 해보자. 임금이 손수 행차하던 선농단에 겨우 한 해에 한 번 선농제만 지낼 것이 아니라 그와 더불어 문화 마케팅을 할 수는 없는지 검토하고 세종대왕기념관은 각종 한글 관련 행사나 세종대왕의 위대성을 알리는 이벤트를 만들어낼 필요도 있다고 본다. 세종과 관련해서는 몇 년 전에 처음으로 복원하여 고궁박물관에 전시한 자격루와 아직도 제대로 복원한 적이 없는 세종 당시의 오목해시계(앙부일구) 따위를 제대로 복원하여 세종대왕기념관에서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 세종이 명하여 만들었던 오목해시계는 원래 글자를 모르는 백성을 위하여 12지신 그림을 그려 넣었었다. 하지만, 지금 복원된 오목해시계들은 대전의 표준연구원 것 말고는 모두 12지신 그림이 없다. 이때 동대문구가 선수를 쳐 홍릉 세종대왕기념관에 설치하면 어떤가?
동대문구에 살면서 동대문구청이 손에 잡히는 문화적인 일을 의욕적으로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없다. 문화 바탕도 없고, 돈도 없고 인재도 없다고 뒷짐만 지고 있을 일이 아니다. 구민들이 피부에 닿는 문화사업은 무엇일까를 묻고 함께 고민하여 문화의 도시 동대문구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화는 유형적인 것 말고도 무한한 무형적인 것이 존재하는 만큼 다른 구와 차별화된 ‘문화’를 재인식하고 창출하여 그로써 돈도 벌고 찾아오는 이도 많은 지차체가 되었으면 한다.
'기사방 > 개별기사 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타운 및 재개발의 현실과 대안 (0) | 2011.10.17 |
---|---|
“친환경 녹색건축으로 경제성과 환경 잡아야” (0) | 2011.10.17 |
복지는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다 (0) | 2011.10.17 |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 세종대왕처럼 살고, 정치를 하라. (0) | 2011.10.17 |
[한글날을 맞아] 세종대왕과 토마스 제퍼슨, 말과 글로 백성의 마음을 읽으려 했던 지도자 (0) | 2011.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