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포스트

고품격 지역신문 동대문포스트

동대문 포스트/종이신문 보기

최흥규 칼럼 ‘향우회 사람들’

동대문포스트 dongdaemunpost 2021. 11. 2. 12:18

최흥규 칼럼 향우회 사람들

 

·최흥규(전북 김제출생)

·전주MBC친절수기 우수상, 1회 광진문학상 대상, 서울시의장상

·한국문인협회회원, 동대문구 문인협회 회원

·시집 님의향기’, ‘사랑아 가지마라’, ‘꽃이 지고 나면

 

무더운 여름 사이 끝자락에 하늘 냄새가 맛있는 냄새를 풍기더니 쪙하고 벌써 잘 익은 가을이 되어 나타났다. 청명하고 하늘이 청잣빛 옥구술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이 계절이 마냥 풍요롭고 행복하다. 태양이 저 개밥바리기 별 옆에 지날 때 쯤 노을은 이마에 걸친 수줍은 분홍빛 가을색으로 물들어 있다.

 

맑은 소주에 삼겹살을 구워 놓고 고기만큼 맛나고 부드럽게 정 넘치는 정겨운 말들이 오고간지 벌써 두 해가 지나간다. 삶의 피곤함을 선홍빛 눈웃음으로 승화시킨 상추에 구수한 된장을 발라서 구워주웠던 그 때가 참 그립다.

 

향우님들 각자의 마음이 그립도록 노오랗게 익어가는 만큼이나 익숙해져 있는 서로의 선한 그 얼굴들이 장안동 이 동네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행동들이 여기저기 숨어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

 

삼겹살 처럼 한 겹 두 겹 세 겹, 켜켜히 쌓여진 정든 동네의 인연들이 각자 열심히 서로의 생을 펼쳐 구우면서 불판에서 적당히 익어가는 인연으로 맛나게 이 가을과 함께 잘 구어서 맛나게 먹었으면 좋겠다.

 

난기류인 코로나19 힘든 기간에도 천방지축 날뛰는 세월이 야속하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우리는 곧 만남이 이루어 질 것이다. 삶의 굳은살 쐐기처럼 만나는 그 저녁에도 엎치락뒤치락 신발들이 곧 켜켜히 정으로 위로 쌓여서 넘실댈 것이다.

 

고단한 삶 위의 걸음들이 엎어지고 넘어져도 서로 오고가며 부대끼며 한세상 사는 것이고, 가지각색 하는 일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정이 뜨겁고 정다운 이웃사촌들이다.

 

환한 미소속에, 얼굴마다 진수성찬 퍼져있지만 부르면 우리는 또 뭉쳐져 원으로 똘똘 오그라들 것이다. 우리는 만나면 시끄럽지만 정이 넘친다. 그리고 상위에 반찬들이 정겨워서 널뛰며 헤엄칠 것이다. 만나고 싶어서 정이 넘치고 널브러져 있지만 만날 수가 없으니 마음에는 뿔이나지만, 그러나 이 또한 끝물이다.

 

나는 고아이다. 하여, 늘 사람들이 그립고 친구가 좋고 이웃이 좋다. 그래서 이웃사촌 인가 보다. 삶이란 아프기도 하고 또 그리움 인가보다. 그래서 아프고 슬픔이 있는 곳에 나는 늘 달려가려고 애를 쓴다.

 

삶이 별 것인가 아픈 마음을 같이 하고, 서로 지금을 감사할 줄 알면 그 것이 행복한 삶이고 인생을 잘 사는 것이지, 끄덕끄덕 해 주실 줄 믿으면서 오늘도 향우님들 각자 힘내시고 파이팅 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