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규 시론 '글의 근육질'
·최흥규(전북 김제출생)
·전주MBC친절수기 우수상, 제1회 광진문학상 대상
·한국문인협회회원, 동대문구 문인협회 회원
·시집 ‘님의향기’, ‘사랑아 가지마라’, ‘꽃이 지고 나면’, '꽃이 시집 가는 날'
네 번째 시집을 출간한 후 40대 후반 미모의 독자분이 내 사무실을 찾아왔다. 찾아오신 연유를 물었더니 “나도 글을 잘 쓰고 싶어서요.” 나는 글 쓰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 하고, 점심 식사를 정성껏 대접해 드리고, 교통비도 드리고 예의를 다 해서 보내드렸다. 그분은 서운했을 것이다. 먼 길을 큰맘 먹고 오셨을 텐데 글 쓰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분께도 미안한 마음도 들고해서, 몇 자 지면을 통해서 써 보기로 했다. 글을 잘 쓰려면 일단은 글쓰기에 간절해야 한다.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절대로 발전이 없다. 인간의 삶은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되어 있으며 선업하는 마음으로 비워야 한다. 비우기 위해서는 종교적 신앙과도 같은 글쓰기를 우리는 해야 한다.
쾌락은 인간의 정신적 활동 중에 가장 낮은 활동이고, 가장 높은 정신적 활동은 바로 글쓰기이다. 인간도 결국 자연 속에 일부분이고, 마음을 비워야 자연과 잘 통하고 나를 비워야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자연과 통하게 된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얼짱, 몸짱이 되려면 매일같이 근육 운동을 해야 하듯이 글쓰기도 건강한 근육이 생기려면 매일같이 읽고 쓰고 사유하고 이 세 가지를 매일같이 조금씩이라도 함으로써 생활 속에 글쓰기의 근육이 생기고 글쓰기를 잘 할 수 있다. 누가 설명하고 가르친다 해서 글쓰기가 잘 되는 게 아니다. 직접 체험을 통해서 한 걸음씩 뚜벅뚜벅 조금씩 발전하는 것이다.
글이 맛깔스럽고 문장이 반짝이고 아름답게 쓰려면 항상 각본을 과감히 탈피해서 수사적(修辭的)으로 쓰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예뻐질려고 화장을 하듯이 말이다. ~처럼(직유법) 더 크게 부각시켜서(과장법) 무생물을 유생물로(환유법) A를B로 바꿔서 표현하는(은유법)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으로 표현(의인법) 사물 일 부분을 전체를 표현하는(대유법)등을 활용해서 명쾌하되 단문으로 문장을 종결하고, 진하게 화장 또는 액세서리 너덜거리게 하지 말고, 서술형 종결형으로 짧게 단답형으로 쓰고, 같은 단어는 반복해서 쓰지 말고 같은 뜻이지만 유사어를 써야 한다.
시 수필 칼럼 산문이든 글을 어떤 사물을 보고 느낀 그대로 글을 쓰게 되면 글의 긴장도가 떨어지고 개연성 호기심은 물론이고 글이 맛깔스럽지 않다. 모든 경계에는 독초가 있는 법이다. 그 독초를 삶아서 맛있게 요리하면 몸에 이로운 보약이 된다. 진수성찬이면서 음식의 간이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듯이 글도 간을 적당히 잘 맞춰야 된다. 간을 잘 맞추면 좋은 글이 되고, 글쓰기는 시간 공간을 넘어서 불멸이 된다.
글이 맛깔스러우려면 비유와 상징과 역설을 통해서 틀에서 벗어나고 언어의 전이 현상을 활용해서 글을 읽으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 풍경화 현상이 일어나야 잘 쓴 글이다.
예를 들어보자. 해가 뜬다.(해가 걸어온다.) 새가 날아다닌다.(새가 흘러 다닌다.) 구름이 떴다.(구름이 피었다.) 돌이 굴러다닌다.(돌이 발길질 한다.) 해가 진다.(해가 시들다.) 숲에 그늘이 있다.(숲에 그늘이 고여 있다.) 개구리 울음소리 들린다.(개구리 울음소리 주렁주렁 열린다.) 하늘에 구름이 하나 둘(하늘에 구름이 한 송이 두 송이) 무릎이 아프다.(무릎이 투덜거린다.) 이렇게 사유를 바꾸면서 언어의 전이 현상을 통해서 어느 장르든지 너무 과하지 않되 아름답게 화장하면 멋진 글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는 매일매일 읽고 쓰고 상상하며 반복적인 생활을 열심히 해야 한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해서 비난과 꾸지람을 두려워하지 말고, 내 글을 타자들에게 과감히 보여 주어야 발전이 있다. 그래야 내가 성장하는 쓴소리 속에 나를 발전시키는 스승을 만나게 되고, 자연과 소통도 되고 보람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물질이 강력하게 사유를 지배하니까 혼란스럽고 감성이 무뎌진다. 물질과 생리는 형식과 다른 것이고 마음의 경계는 무한하다. 글의 경계는 무한으로 없다는 뜻이다. 책을 읽으면 반드시 쓰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책을 읽기만 하고 쓰지 않으면 우리는 금방 잃어버리고 매일매일 살아가는 일상에 함몰된다.
읽고 쓰기를 생활화해야 독서의 질이 좋아진다. 글쓰기는 어쩌면 내 참 스승을 만나기 위한 여정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은 자상하기 위한 보편적인 생활인 것이고, 나를 반성하고 자각하고 선업하며 살아가려는 자화상인 것이다.
우리는 마음의 위생이 청결해야 한다. 인간은 현대의학 병리학이 고통을 다 해결해 주지 않는다. 결국 의학도 자연과 공생해야 된다. 글쓰기를 생활화하면 삶의 질이 훨씬 높아지고 자연과 소통하게 된다. 사람은 아무리 성공했다 해서 행복이 뒤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다 공허하다. 내 마음을 글로 설정하고,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자연의 차이를 생성하는 글쓰기의 생활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천국에 가면 제일 먼저 선물 받는 게 바로 책이라 한다. 그만큼 인간의 삶에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증표이다. 지금부터라도 내 삶을 뒤돌아 보는 거울 같은 글쓰기를 준비해 보시길 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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